
학원을 운영하던 시절, 저는 성적표에 찍힌 숫자로만 아이들을 평가했습니다. 그러다 방과후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중학교 현장에 서게 되면서, 점수 뒤에 숨은 아이들의 진짜 이야기를 비로소 듣게 되었습니다. 특히 2년 전부터 다문화 학생 비율이 과반을 넘는 포천 지역 초등학교로 옮긴 뒤, 저는 방과후 교육이 단순한 학습 보충을 넘어 사회적 안전망이자 정서적 울타리라는 사실을 매일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방과후지도사가 왜 케어 중심 교육의 핵심 주체인지, 그리고 전인교육이 어떻게 현장에서 실현되는지 제 경험을 중심으로 풀어보겠습니다.
방과후지도사의 본질은 케어에 있습니다
방과후 학교는 1996년 한국여성개발원의 시범 운영을 시작으로, 2004년 전국 430개교로 확대되었고, 2006년에는 초중고 4,800개교로 전면 시행되었습니다(출처: 교육부). 이러한 정책적 배경에는 교육 격차 해소, 사교육비 경감, 맞벌이 가정의 보육 수요 충족, 전인교육 강화라는 네 가지 핵심 목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 일하면서 느낀 건, 이 네 가지 중에서도 '케어'라는 요소가 모든 목표의 근간이라는 점입니다.
여기서 케어(Care)란 단순히 아이를 감독하거나 안전을 지키는 수준을 넘어서, 정서적 교감과 개별 맞춤형 관심을 제공하는 통합적 돌봄을 의미합니다. 제가 중학교에서 국어 수업을 진행할 때, 어떤 학생은 수업 시작 전 교실 뒤편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성적이 나쁘거나 태도가 불량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저 집에 가도 맞아줄 사람이 없다는 외로움,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소외감 때문이었습니다. 학원이었다면 진도에 밀려 그냥 지나쳤을 상황이지만, 방과후 교실에서는 달랐습니다. 수업 전 10분을 할애해 그 학생과 눈을 맞추고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그날 수업 태도가 완전히 달라지는 걸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방과후 학교가 추구하는 자율성, 다양성, 개방성이라는 운영 원칙 역시 케어를 전제로 합니다. 자율성이란 학생이 스스로 선택한 과목을 배운다는 의미이지만, 그 선택이 유효하려면 지도사가 학생의 적성과 필요를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다양성은 여러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것이지만, 그 프로그램이 학생 개개인의 성장과 연결되려면 지도사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개방성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소외된 학생이 문턱을 넘도록 손을 내미는 지도사의 적극적 케어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학원 강사와 방과후지도사의 결정적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학원에서는 커리큘럼과 진도가 우선이지만, 방과후 교실에서는 아이의 마음 상태가 우선입니다. 물론 방과후지도사도 교육 목표와 성과를 무시할 수 없지만, 그 목표는 반드시 학생의 정서적 안정이라는 토대 위에서 추구되어야 합니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오랜 기간 입시 교육에 몸담았던 제가 가장 크게 배운 점이 바로 이것입니다. 아이의 마음을 먼저 읽어주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커리큘럼도 그저 빈 껍데기일 뿐입니다.
전인교육은 현장에서 어떻게 실현되는가
전인교육(全人敎育, Holistic Education)이란 지식, 도덕, 신체를 고루 갖춘 온전한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교육 철학을 뜻합니다. 방과후 학교는 이 전인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플랫폼입니다. 정규 교과 과정이 국어, 수학, 영어 등 과목별 성취를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방과후 학교는 예체능, 인성, 진로 탐색 등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위한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포천 지역 초등학교는 다문화 학생이 전체의 절반을 넘습니다. 이 아이들에게는 한국어 능력 격차,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소외감, 가정 형편의 어려움 등 복합적인 과제가 있습니다. 정규 수업만으로는 이 격차를 좁히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방과후 수업에서 단순히 국어 교과서를 따라가는 대신, 아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쓰고 발표하는 '이야기 나눔' 프로그램을 직접 설계했습니다. 베트남 출신 학생은 고향 음식을 주제로, 중국 출신 학생은 명절 풍습을 주제로 글을 쓰며 자신의 정체성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방과후 학교의 전인교육 실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필요를 파악하는 초기 상담
- 정규 수업에서 다루지 못한 예체능, 인성, 진로 프로그램 제공
- 학습뿐 아니라 정서적 안정과 사회성 발달을 함께 추구하는 통합적 접근
- 지도사가 직접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개선할 수 있는 자율성
학원 강사 시절에는 학생이 문제집 몇 권을 풀었는지, 모의고사 점수가 몇 점 올랐는지가 성과의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방과후지도사로 일하면서, 성과의 기준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어떤 학생이 수업 시작 전보다 밝은 표정으로 하교하는지, 친구들과 협력하며 과제를 해결하는지, 자신의 생각을 자신 있게 표현하는지가 더 중요한 지표가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전인교육의 핵심입니다.
다만, 현장에서는 전인교육이 이상적으로만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도 솔직히 인정해야 합니다. 일부 학부모는 여전히 방과후 수업을 '성적 향상을 위한 보충 학습'으로만 인식하고, 예체능이나 인성 프로그램에는 관심이 낮습니다. 또한 지도사 부족과 프로그램 난제라는 구조적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출처: 한국교육개발원).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입시 압박 때문에 전인교육보다 교과 중심으로 흐르기 쉽고, 예체능 전문 강사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학교도 많습니다. 그래서 방과후지도사 1급 심화 과정에서 프로그램 설계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정규 수업이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집중한다면, 방과후 수업은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에 집중합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지도사가 늘어날수록, 방과후 학교는 진짜 전인교육의 장으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제 경험상, 학생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르고 눈을 맞추며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교실 분위기는 달라집니다. 그리고 그 변화가 쌓여, 아이들은 점수가 아닌 자기 자신으로 존중받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것이야말로 방과후지도사가 해낼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성과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방과후지도사는 단순히 학교 밖 시간을 메우는 보조 인력이 아닙니다. 케어와 전인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삶을 온전히 지지하는 전문가입니다. 학원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었던 이 보람이, 오늘도 저를 교실로 향하게 만듭니다. 방과후지도사를 준비하는 분들께 조언하자면, 자격증 취득 그 자체보다 '이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태도를 먼저 갖추시길 권합니다. 그 질문이 곧 여러분의 전문성이 될 것입니다.